[무기가 되는 심리학-15]뇌는 왜 익숙한 것을 진실처럼 생각할까?...모세 착각(Moses Illusion)

 

‘인지적 유창성’이 판단을 왜곡하는 심리학적 이유


“모세가 방주에 몇 마리씩 동물을 태웠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두 마리씩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성경 속 방주에 오른 이는 모세(Moses)가 아니라 노아(Noah)였다.

이 질문은 단순한 착각 이상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의 뇌가 ‘유창성(Fluency’**을 진실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심리학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실험이다.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란?

인지적 유창성은 정보가 얼마나 쉽게 처리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우리는 어떤 정보가 빠르게, 쉽게 이해되면 그것이 더 ‘진짜’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2 × 2 = 4”는 너무나 익숙하게 반복된 정보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뇌는 이 공식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았고, 더 이상 분석 없이도 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뇌는 익숙한 정보일수록 빠르고 쉽게 처리하며, 이를 통해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이것이 바로 인지적 유창성이다.


유창성 = 진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인지적 유창성은 많은 경우 유익한 인지적 지름길(Heuristic)로 작용한다. 일일이 모든 정보를 분석할 수 없는 뇌는, 익숙함을 진실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뇌는 과도한 피곤함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익숙하다고 해서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의 '모세 착각(Moses Illusion)'이다. 이 실험은 뇌가 얼마나 쉽게 잘못된 정보를 수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앞선 질문 안에 익숙한 이름(모세), 익숙한 이야기(동물 두 마리, 방주)가 섞여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분석하지 않고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심리학이 말하는 '익숙함의 오류'

대니엘 카더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과정을 두 가지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시스템 1: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 중심

시스템 2: 느리고 논리적이며 분석 중심

유창성은 시스템 1이 작동할 때 발생하며, 뇌는 '분석'보다 예상이나 예측에 의존한다. 이런 특성은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오류를 유발하게 된다.

  • 가짜 뉴스 반복 노출

  • 브랜드 로고의 반복 광고

  • SNS 상에서 같은 문장이 여러 번 공유될 때

즉, 뇌는 반복된 것진실처럼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믿는다.


진실을 구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정보를 받을 때 다음과 같은 기준을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

  1. 정보 출처 확인: 정보의 신뢰도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달려 있다.

  2. 내용 분석: 익숙함을 느낄수록, 한 번 더 ‘이건 진짜인가?’ 질문해보자.

  3. 비교와 대조: 동일한 주장을 여러 출처에서 확인해보고, 반대되는 정보도 검토해보자.



뇌는 편하게 살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정보가 눈앞을 스친다. 광고, 뉴스, 댓글, AI가 쓴 글, 블로그 포스트, 유튜브 영상등 셀 수 없는 광고 폭격을 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유창하게 읽히는 문장, 익숙한 이미지, 반복된 구성을 보고 무심코 ‘진짜 같다’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한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을 믿게되는 것이다. 뇌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진실처럼 믿기 때문에 불법리딩방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당신의 뇌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복잡한 분석보다, 빠른 판단을 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훈련되어야 한다. “익숙하다고 믿지 말고, 사실인지 점검하라.” 이 말이 인터넷 정보 홍수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훈련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문헌

  •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 Reber, R., Schwarz, N., & Winkielman, P. (2004). Processing fluency and aesthetic pleasure: Is beauty in the perceiver’s processing experie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8(4), 364-382.

  • Alter, A. L., Oppenheimer, D. M., Epley, N., & Eyre, R. N. (2007). Overcoming intuition: Metacognitive difficulty activates analytic reason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136(4), 569–576.

  • Erickson, T. D., & Mattson, M. E. (1981). From words to meaning: A semantic illusion.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20(5), 54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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