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이는 내일 중간고사 수학 시험이 있다. 그는 시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새벽 1시 까지 놀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시험 결과는 당연히 30점. 덜렁이는 시험 전날 밤에 밖에 나가면 시험을 잘 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쨌든 덜렁이는 외출을 감행한 것이다.
최하위 성적에 엄마의 화는 치솟았고 아빠의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부모님이 최하위 성적의 이유를 묻자 " 공부 시간이 부족했다"고 변명을 한다. 실패 원인을 자신의 준비 부족보다 시간이라는 환경 문제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덜렁이의 생각을 심리학에서 자기불구화라고 일컫는다. <자기 불구화>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을 대비해 미리 구실이나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덜렁이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있을 때 실패의 이유를 외부 요인(시간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실패를 자신의 능력보다는 외부 요인에 귀속 시켜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덜렁이는 시험 준비 부족을 인정하기보다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최악의 시험 결과를 정당화하는 핑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실패의 책임을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자기불구화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직장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일부러 늦게 시작해 준비가 부족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없어서" 혹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