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할수록 더 멀어질까?
— 설득이 역효과를 낳는 심리, Backfire Effect
며칠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는 “나는 무조건 A 정당이 맞다고 봐”라고 단언했고,
저는 “그건 좀 아니지 않아?” 하며 통계를 보여줬습니다.
그 순간, 친구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말이 격해졌고, 결국 대화는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그날 밤,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입니다.
“설득”이 마음을 닫게 만들 때
이런 경험, 여러분도 있으셨죠?
가족끼리 백신 이야기로, 연인 사이에서 식습관 이야기로,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더 큰 벽이 생기는 순간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Backfire Effect(백파이어 효과)**라고 부릅니다.
Backfire effect란,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오히려 기존 믿음을 더 강하게 강화하는 심리적 반응입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면 설득이 될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보다 정체성을 지키는 데 더 민감하죠.
이번 대통령 계엄령 선포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같은 것입니다.
왜 이런 심리가 생길까?
1️⃣ 정체성의 방어
누군가의 믿음을 반박한다는 건,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생각 전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반발하죠.
2️⃣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합니다.
Backfire effect는 바로 이 확증 편향과 짝을 이룹니다.
3️⃣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기존 믿음과 상충하는 정보가 들어오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편해집니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믿음을 더 강하게 붙잡게 되는 것이죠.
일상 속 Backfire Effect
-
📌 “설탕은 해로워.”
“그건 예전 이야기야”라고 반박하면?
→ 오히려 당이 들어간 건강식품 리스트를 들고 옵니다. -
📌 “지금 경제는 좋아.”
“데이터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면?
→ 언론이 조작하고 있다는 믿음을 더 강화합니다.
이처럼 backfire effect는 인터넷 댓글창, 가족 모임, SNS 대화 속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1. ‘틀렸다’ 대신 ‘이해해’로 시작하기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이 상대의 방어를 낮춰줍니다.
2. 정면 충돌보다 질문하기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말은
‘틀렸어’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화의 문을 열어줍니다.
3. 정보보다 이야기
사실만 제시하는 것보다,
“나도 그랬는데 이런 걸 보고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라는 경험의 공유가 더 큰 힘을 가집니다.
4. 즉각적인 변화보다 ‘시간’을 믿기
신념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오늘의 대화는 내일의 깨달음이 될 수 있습니다.
'설득'보다 '공감'이 필요한 시대
Backfire effect는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고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다음에 누군가와 의견이 달라졌을 때,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전에 마음을 여는 말부터 건네보세요.
“왜 말할수록 더 멀어질까?”
그 답은, 논리보다 더 깊은 심리 속에 숨어 있습니다.